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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한국 2011.11.1일자<이야기가 있는 맛집> 설렁탕 (3)설렁탕, 프리미엄으로 진화하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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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4500
내용

지나치게 맛있다면 진짜가 아니다?


하영호신촌설렁탕

[이야기가 있는 맛집] ③ 설렁탕

양지 넣은 프리미엄 등장… 여의도·마포양지탕 원조

연지본관

백송·푸주옥 등 떠오르는 강자 손꼽혀… 연지본관·리정식당도 유명

1980년대를 넘어서면서 우리 사회는 절대빈곤을 벗어났고 드디어 '프리미엄 설렁탕'도 나오기 시작했다. '양지(살)'라는 이름을 넣은 설렁탕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여의도에는 '여의도양지탕'이 마포에는 '마포양지설렁탕'이 나왔다. '마포양지설렁탕'은 이제 30년을 바라보는 집이다. 마포먹자골목에서 현재 공덕동로터리 부근으로 이사 왔다. '여의도양지탕'은 이름에 아예 설렁탕이 없다. 그냥 '양지탕'이다. 이름만 두고 보면 이게 곰탕집이지 설렁탕집은 아니다. 그런데 정작 메뉴는 설렁탕이 주류다.

진황설렁탕

'마포양지설렁탕'과 '여의도양지탕'은 '뼈 곤 국물 설렁탕'의 심심한 맛에 양지를 비롯한 고기국물을 더했다는 뜻으로 만든 이름들이다. 서울 성동구 홍익동의 '홍익진국설렁탕'은 '진짜 설렁탕'이라는 평을 듣지만 맛이 전혀 달지 않고 무게감도 별로 없으니 "아무 맛이 없다"는 혹평도 듣는다. 테이블이 서너 개 있고 좁은 봉놋방 같은 공간이 하나 있다.

서울 종로구 창성동의 '백송'은 최근 떠오른 설렁탕의 강자로 손꼽기도 한다. '백송'은 정확히 말하자면 설렁탕집은 아니다. 육류를 중심으로 한식 상을 내놓고 곰탕과 설렁탕도 내놓는다. 1980년대 초반 문을 열었다. 설렁탕은 국물의 무게감도 적당하고 고기도 비교적 좋은 편이다.

서울 서초동 '푸주옥'의 등장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체인점 중 하나인데 이곳만 인기를 끌고 있다. 서초동 '푸주옥'은 화학조미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고 입구에 큰 솥에서 끊임없이 뼈를 고는 모습도 공개한다. 국물은 역시 심심하고 담백하다.

여의도양지탕

단맛·고소한맛 나면 엉터리

소뼈는 부위에 따라 여러 가지 맛과 색깔을 나타낸다. 도가니, 머리 뼈, 사골, 잡뼈 등이 각각 고는 방법이나 시간에 따라 맛이 다르다. 뼈의 종류, 혼합 비율, 고는 시간, 방법에 따라 색깔, 맛, 점도가 수시로 달라진다. 여기에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조미료까지 넣으면 그야말로 전혀 알아차릴 수 없는 맛의 경지가 나온다.

설렁탕 맛집들은 대부분 '맛이 없는' 경우가 많다. 설렁탕 마니아들은 "지나치게 맛있는 설렁탕은 수상하다"고 말한다. 즉, 단맛이나 고소한 맛이 과도하게 나면 엉터리라는 뜻이다.

백송

최근에 여의도에 '진황설렁탕'이 생기면서 '여의도의 설렁탕 지도'가 달라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 위치상 여의도 정치인들도 많이 찾는 집이다. 물론 맛도 수준급이다.

'신촌설렁탕'은 상당히 복잡한 상황이다. 원래 신촌 기차역 앞의 전설적인 '신촌설렁탕'은 문을 연 지 60년을 넘겼다. 문제는 누구나 고유명사인 '신촌'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여 전국 대부분의 '신촌설렁탕'이 원래 '신촌설렁탕'과의 인연을 강조하기도 하고, '신촌설렁탕' 원 창업주와의 인연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저기 '신촌설렁탕' 체인점들이 많으니 부정적인 평가들도 많다.

서울 강남 도곡동 '하영호신촌설렁탕'은 원 창업자에게 설렁탕 만드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처음 신사동 골목 안의 10평도 되지 않은 곳에서 설렁탕집의 문을 열었다. 오랫동안 설렁탕에 집착한 결과 "좋은 뼈를 구하고 원래 정해진 방식으로 성실하게 뼈 국물을 우리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하영호신촌설렁탕'에는 한때 'NO MSG'라고 써 붙였다. 실제 설렁탕 국물에서 잡냄새가 나지 않고 은은하게 구수한 맛이 난다.

마포양지설렁탕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설렁탕 집 중, 비교적 늦게 나타난 두 집 서울 강남구 도곡동 '하영호신촌설렁탕'과 여의도 '진황설렁탕'이 최근에 나타난 설렁탕 명가들인 셈이다.

전주서 살아남은 탕반

지방에도 나름의 설렁탕 명가들은 있다. 설렁탕 마니아들은 흔히 전주의 '연지본관'을 손꼽는다. '연지본관'이 대단하다고 하는 것은 '음식도시' 전주에서 탕반음식으로 굳세게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메뉴에는 '우두탕' '사태탕' '현미수육'도 있다. 고기의 양도 푸짐하고 국물도 진한 편이다. 설렁탕에 곰탕의 좋은 점을 섞었다고 보면 정확하다.

홍익진국설렁탕

청주의 노포인 '리정식당'은 메뉴판을 보면 전문점다운 냄새가 난다. 수육이 있긴 하지만 메뉴는 단 두 종류다. 설렁탕과는 육개장이다. 설렁탕은 연륜에 비하면 비교적 맛이 가벼운 편이다.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해장 명소로 기억되고 있다.

'육개장의 도시' 대구의 2대 설렁탕집이라고 할 수 있는 '부산설렁탕'과 '마산설렁탕'은 경상감영공원을 사이에 두고 대척점에 있다.

'부산설렁탕'은 비교적 가볍고, '마산설렁탕'는 조금 무거운 편이다. '부산설렁탕'이 뼈를 위주로 곤 맑은 국물이라면 '마산설렁탕'은 고기의 냄새가 강하다. 조금 무겁고 고릿한 고기 특유의 풍취가 강하다.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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